2008/08/11 16:35

베이징은 현재 세계 건축가들의 ‘엘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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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연예술센터: 물속에서 반구가 솟아오르는 듯한 형상의 국립공연예술센터는 물, 빛, 강철이 공간적으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레가 설계를 맡았으며, 남성적인 초고층 타워가 붐을 이루는 가운데 오히려 납작하고 조용하며 겸손한 이미지로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물 아래 나 있는 지하통로를 통해 입장하면 거대한 나무와 대리석을 갖춘 동굴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고.

 포스트 베이징올림픽을 규정하는 가장 극적인 상징물은 중국의 스카이라인일 것이다. 옌산(燕山)산맥 위 대지와 평행하게 만리장성을 쌓은 중국은 베이징(北京) 전체를 공사장으로 만든 지 불과 몇 달 만에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수직으로 쌓아올림으로써 베이징 하늘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오성홍기의 붉은 별들이 상징하는 바가 공산당과 4개 인민계급에서 중국인의 새로운 자부심이 된 내셔널 스타디움 올림픽 주경기장(‘Bird’s Nest’란 애칭으로 유명하다), 수영경기장 워터큐브, 마천루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한 CCTV 신사옥, 국립공연예술센터, 베이징공항의 터미널3(T3)으로 바뀌었다 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밖에도 전 세계 관광객과 건축학도들의 감탄을 자아낼 건축물이 베이징 여기저기에 들어섬으로써 1950년대 이후 지어진 스탈린 스타일의 건축물을 볼품없게 만들어버렸다.

▲ T3: 베이징을 찾는 올림픽 선수단과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될 베이징 국제공항의 새로운 터미널 T3는 ‘터미네이터3’만큼이나 강력한 근육질의 용을 상징화했다.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역작 T3는 용의 비늘 같은 유리들이 아치를 이루는 형태로, 길이만 3km가 넘고 컨베이어벨트의 길이는 50km에 이르며 한 해 5000만명의 방문객을 소화할 수 있는 거대한 터미널이다.

워터큐브: 올림픽 수영과 다이빙 경기가 열리는 워터큐브는 호주의 PTW아키텍츠가 설계한 건물로, 독특한 외관 때문에 가장 포토제닉하다는 평을 듣는다. 건축가들은 수영경기장의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건물 외관을 테플론 소재의 반투명 쿠션으로 만들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물거품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 신소재는 태양에너지도 만들어내 친환경 건축물로도 꼽힌다.

▲ CCTV: 스케치가 나왔을 당시부터 전 세계인의 입을 딱 벌어지게 한 중국 관영TV CCTV의 신사옥. 금세기 인간의 건축물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는 평이다. 설계사는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건축가 중 한 명인 렘 쿨하스가 이끄는 OMA. 렘 쿨하스는 서울대미술관과 삼성미술관 리움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저층 건축에서 독보적 재능을 보인 렘 쿨하스가 참여한 이상 바벨탑을 쌓지는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처럼 충격적인 건축물이 나오리라 상상하지 못했다. 이 건물의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한 영국의 ARUP사 측은 “솔직히 오랫동안 이것이 될지 회의적이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물리학의 법칙마저 바꿔놓았다는 이 건물을 서 있게 한 아이디어는 뜻밖에도 스키 부츠에서 나왔다고. 어쩐지 건물이 스키어의 다리처럼 보이지 않는가.


▲ 내셔널 스타디움 올림픽 주경기장:
올림픽 개폐회식과 육상경기가 열리는 주경기장은 베이징의 새로운 랜드마크 중에서도 건축가적 상상력이 100% 살아 있다는 평을 듣는다. ‘Bird’s Nest’(‘제비집’을 상상하시라)란 애칭은 철조와 시멘트의 사용법이 새집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외양은 ‘크랙’이 들어간 고대 중국 도자기를 연상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한다. 중국 현대미술가 아이웨이웨이가 콘셉트를 잡는 데 참여했으며, 스위스 건축회사 헤르조그 & 드 므롱이 설계를 담당했다. 3년간 7000명의 인력이 12시간 교대로 건설해낸 대(大)구조물.
 
 베이징을 바꿔놓은 사람들은 자본주의 종주국 유럽과 미국에서도 가장 비싸고 성공한 건축가, 기술자들이다. 그러나 이를 문제 삼는 중국인들을 찾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어쨌든 그들을 고용한 쪽은 중국이므로.

 넘쳐나는 돈, 넓은 땅, 싼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 등 베이징은 현재 세계 건축가들의 엘도라도가 됐다. 대형 건축물 하나를 지으려 해도 설계 심사에만 수년이 걸리는 유럽과 달리, 기발한 건축적 실험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속전속결로 건설 작업을 밀어붙이는 중국 정부와 과시욕에 불타는 건축주야말로 서구 건축가와 건설회사들의 천사인 것이다. 그 의미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베이징올림픽이 ‘세계인의 축제’인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사제공= 주간동아/ 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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