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씨, 참배길 막은 공권력에 분노
“망월동은 이런 곳이 아니야. 당신네들이 막을 장소가 아니야. 당신네들은 부끄러워서 못 올 데가 이 곳 망월동이야. 길을 열어.”
18일 오전 망월동 구묘역,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를 비롯해 민주열사 유족들의 참배길이 첩첩이 늘어선 전투경찰 앞에서 막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으로 무려 8000여 명의 전투경찰이 망월동을 점령한 가운데 오히려 열사 유족들의 묘지 참배길이 막힌 것이다.
유족들은 구묘역을 참배한 후 신묘역과 이어지는 길을 통해 신묘역으로 가려했으나 “이 곳은 아무도 통행하지 못한다”는 경찰의 대답만 돌아왔다. 유족들은 5·18기념식 행사장에 출입할 수 있는 초청장까지 보여주며 길을 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 많은 목숨이 죽어갈 때는 어디서 뭐하고 이제는 무엇을 지키겠다고 길을 막는 것인가. 그 많은 목숨은 하찮은 목숨이고 대통령 목숨은 귀한 목숨인가.”
1987년 경찰의 최루탄에 맞고 사망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가로막힌 경찰 앞에서 무용지물이 돼 버린 배 씨의 초청장은 그 자리에서 갈기 갈기 찢어졌다.
- [화보] 이한열 열사의 죽음과 ‘6월 민주화 항쟁’
1986년 6월 6일 목포역 광장에서 민주화운동 탄압 중지와 5·18 진상 규명을 외치며 분신한 고 강상철 열사의 아버지인 강종학 씨도 멀리 해남에서 망월동까지 찾아왔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강 씨는 “어떻게 망월동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냐”며 참담해 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참배객은 “학살의 주역인 전두환·노태우와 맥이 닿아 있는 정치인들은 기념식장에 앉아 있고,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의 유족들은 길이 막혀 갈 수 없는 이 같은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착잡해 했다.
최근 광주시가 참배객들을 맞이 하기 위해 새로 정비한 신묘역과 구묘역을 잇는 오솔길. “구묘역과 신묘역의 민주 열사들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이 오솔길을 5·18민중항쟁 28주기 기념일에 유족들은 끝내 넘지 못했다.
▲ 6월항쟁은 87년 6월 한달 동안 전국적으로 일어 났던 전두환 독재에 대한 저항운동이었다. 이런 범국민적인 저항운동의 기폭제는 6월 9일 연세대생 이한열군이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사진 1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위 사진이 바로 그 것이다.
故 이한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연세대에서 열린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 후의 시위 도중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뒷머리를 맞아 한달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7월 5일 스물 두살의 나이에 사망했다. 이 사건은 6월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전두환 독재에 대한 범국민적인 저항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7월 9일 치러진 ‘고 이한열 열사 민주국민장’은 연세대 본관→신촌로터리→서울시청 앞→광주 5·18묘역으로 이어졌다. 운구가 지나갈 때 길가의 시민들은 함께 울었고, 고층 사무실에서는 창문 밖으로 하얀 손수건을 흔들었다. 서울시청 앞 호텔들의 태극기도 학생들에 의해 조기(弔旗)로 내려졌다. 당시 추모 인파는 서울 100만, 광주 50만 등 전국적으로 총 160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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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광주드림/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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